일본열도의 주민 (2) 서남 지역의 섬들

일본열도의 주민 1편

. 일본·일본인

2. 토착 주민

   -서남 지역의 섬들

   -쿠마소, 하야토, 에미시

   -아이누

3. 류큐 열도의 주민

4. 재일 조선인·한국인

5. 일본상

2. 토착 주민

당시 열도 내의 정치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존재는, 열도의 주변부에서 왕조의 지배권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던 토착 주민들이었다. 왕조에 의해 편찬된 『풍토기』나 『일본서기』, 『고사기』를 보면 왕조의 지배에 복종하지 않는 토착 주민이나 정치 세력이 여러 가지 이름으로 반복해서 등장하고, 그들을 토벌하고 복종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역사 기술 자체가 왕조의 지배적인 지위를 구축하고, 열도 사회에서 중심성을 확립하는 일과 직결되어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즉, 주변 지역과 그 주민이 서술의 대상으로 자리매김되었고, 서술의 관점은 중앙 왕조 측에 의한 일방적인 것이었으며, 왕조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적들에 대해서는 그들을 제압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었다. 원래 각각의 생활 영역에서 지역사회를 구성했던 이들 주민들 측에서도 왕조에 의해 주변부에 처해지고 생활을 위협받게 되자, 그에 대한 대응으로 주체성에 눈을 뜨고 정치적인 조직화도 추진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예를 들면 『일본 서기』에 쿠마소(熊襲)는 괴수(渠師)가 통솔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왕조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 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주변부의 복종하지 않는 주민들이 이른바 종족적 소수집단으로 부상하였다는 점에서는, 근대의 국민국가 형성 과정에서 주변의 민족 집단이 정치적인 범주로 등장하였던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일본서기』나 『고사기』, 『풍토기』 등의 기록에 나타나는 쿠마소, 하야토(隼人), 에미시,  에조(蝦夷) 혹은 미시하세(肅愼)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그 예이며, 그 외에도 『고사기』나 히타치(常陸), 분고(豊後), 히젠(肥前) 지역의 『풍토기』, 셋츠(攝津), 에치고(越後), 히고(肥後), 휴가(日向) 등의 『풍토기일문』이나, 『일본서기』에는 땅속에서 혈중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땅거미(土蜘蛛)’라는 이름으로 종종 등장한다. 또한 『일본서기』 1485(応仁19)년조에는 쿠즈(國栖)라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연희식(延喜式)』에는 궁정의 여러 연회나 다이쇼 사이에 요시노국의 쿠즈가 진상품을 헌상하고 음악을 연주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서남 지역의 섬들

이러한 종족적인 범주와는 별도로, 큐슈 서남방 변경에 위치한 도서지방도 조정의 지배가 충분히 미치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 같은데, 문헌에는 섬의 지명이 그대로 지역 집단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예를 들면 타네가시마(種子島)의 주민들은 타네(多禰)라는 이름으로 『일본서기』677(天武6)년의 기록에 아스카데라(飛鳥寺)에서 향응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타네는 작은 섬인데도 불구하고 율령 체제가 시행되었고, 당시에는 최남단의 ‘나라’로서 ‘일본’에 편입되어 있었다. 8세기 초에는 사츠마(薩摩)국과 나란히 기록될 정도로 한 나라에 준하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속일본기(続日本紀)』). 9세기 전반(824년)에는 타네 국이 폐지되고, 오쿠마(大隈) 국의 지배하에 편입되어, 변경이 남쪽으로 더욱 넓혀졌다고 생각된다.

한편으로, 연해 도서 지방의 어민들 중에는 해인부(海人部)라는 이름으로 연해 지방의 행정 체제에 편성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일부는 후세에 이르기까지 바닷가 주민들 중에서도 독자적인 전통을 이어가는 전통 어민으로서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도 지방행정에 편입되면 그들의 독특한 생활양식을 활용한 임무가 부과되어 독자적인 지위와 전통을 지켜 나가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방적·종족적인 소수집단은 조정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체제 안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이질성을 유지하면서도, 기록상에서는 점차로 그 모습이 사라져간다. 그리하여 일본이라는 국가 체제가 정비됨에 따라, 지배충뿐 아니라 열도의 주민들 사이에도 나름대로 공통된 주민 의식이나 국토의식이 싹터왔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토 아비토(2009), 『일본 사회 일본 문화: 동경대 특별 강좌』. 소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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